내가 아는 시인 구자운과 시조시인 이복숙
우리는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남의 글을 세세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될 수록이면 짧게,
우짜든지 재미나게 써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 말고도 눈이 피로하여 긴 글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 129p.에 나와 同名異人 구자운 편을 펼쳐보았다.
1926년에 태어나 1972년에 작고한, 현대 순수시 100인에 들어가는 시인 구자운은 유고시집 ‘벌거숭이 바다’와 ‘청자수병’ 2권의 시집을 남겼다.
구자운
반면에 나는 이미 ‘목원시집1~5’를 발간하였는데,
네이브에 들어가 구자운을 치면 야구선수 구자운이 제일 먼저 튀어나오고 그 다음이 시인 구자운 세 번째에 내가 나오는데 나를 전문 지식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인 구자운은 말년에 가정사가 불행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던 차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는데, 글쎄 그의 부인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환속한 K시인과 바람이 났다는 게 아닌가!
그 당시의 비참한 심경을 토해낸 시구를 보면
비가 생선비늘처럼 얼룩진다/벌거숭이 바다 괴로운 이의 아픔 극약의 구름
와 같이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나와는 내가 1968년 재수할 때 곤양 다솔사에서 딱 한번 대면한 적이 있다.
그다음에는 109p. 이복숙 편을 펼쳐 보았다.
내가 재수를 안 하고 1968년도에 진주농대에 들어갔더라면 대학1학년 때 이복숙 선생한테 대학교양국어를 배웠을 텐데 내가 재수 삼수를 하는 바람에 만날 수가 없었다.
이복숙 선생은 진주농대 학장을 지낸 송기학 선생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그리고 나의 석사 지도교수 D.S.Shin의 애인이었다. 뿐 만 아니라 우재욱 선배가 짝사랑한 여인이다.
이복숙 선생은 인물이 반반하여 염문이 분분하였다.
이복숙
이복숙 선생에게는 조여주 라는 딸이 하나 있는데, 성이 송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우는 더더욱 아니다.
다음은 그의 시 ‘어떤 침묵’을 소개하면
보지 않았습니다/어쩌다가 보이면/못 본 걸로 합니다//듣지 않습니다/어쩌다가 들리면/못 들은 걸로 합니다//말하지 않습니다/어쩌다 말문이 터지려 하면/입을 꼬옥 다물고/숨을 크게 쉰 다음/꼴깍 한 모금 침으로 삼켜버립니다.
2011.11.16.(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 사인회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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