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일러무삼 2013. 2. 16. 07:38

단잠



바깥은 영하10도

실내온도는 25도


햇빛은 찬란하게

유리창에 비취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 한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 들릴 제

 

茂森산방 주인은

단잠에 빠져든다


 

2013.02.15.



 

 

夜(밤) - 李山海(이산해, 1539~1609)



煙靄蒼蒼松樹林  (연애창창송수림)

검푸른 솔숲으로 밤안개 자욱하더니


蛾眉新月已西沈  (아미신월이서침)

눈썹 같은 초승달이 서쪽으로 잠겼다


吠殘村犬人蹤斷  (폐잔촌견인종단)

개 짖는 소리 잦아들며 인적이 끊긴 마을


爇盡松明土室深  (설진송명토실심)

관솔불이 타 들어가 토방 안은 깊어간다


窓下伊吾聞夜讀  (창하이오문야독)

창 아래서 흥얼흥얼 글 읽는 소리 들려오고


爐邊芋栗伴寒衾  (노변우율반한금)

이불이 펼쳐진 화롯가에는 군밤이 익어간다


依然却憶終南舍  (의연각억종남사)

아득히 먼 서울의 남산 아래 집에서는


骨肉諸郞盡盍簪  (골육제랑진합잠)

골육 친지들이 단란하게 모였으리


【 해설 】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북인의 영수 아계(鵝溪) 이산해가 지은 시다. 임진왜란 중이라 서울을 떠나 평양으로 남쪽으로 분주하게 떠돌며 국사를 돌보던 때였다. 어느 겨울밤 인적이 끊긴 집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다. 이웃집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건너오고, 화롯불에서는 토란과 밤이 익고 있다. 사방이 고즈넉한 이 밤, 아득히 먼 서울 집에서는 형제와 아이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지친 몸을 눕히자 안식처처럼 고향과 가족이 떠오른다. 어느새 밤이 길어진 겨울의 따뜻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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