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바깥은 영하10도
실내온도는 25도
햇빛은 찬란하게
유리창에 비취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 한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 들릴 제
茂森산방 주인은
단잠에 빠져든다
2013.02.15.
夜(밤) - 李山海(이산해, 1539~1609)
煙靄蒼蒼松樹林 (연애창창송수림)
검푸른 솔숲으로 밤안개 자욱하더니
蛾眉新月已西沈 (아미신월이서침)
눈썹 같은 초승달이 서쪽으로 잠겼다
吠殘村犬人蹤斷 (폐잔촌견인종단)
개 짖는 소리 잦아들며 인적이 끊긴 마을
爇盡松明土室深 (설진송명토실심)
관솔불이 타 들어가 토방 안은 깊어간다
窓下伊吾聞夜讀 (창하이오문야독)
창 아래서 흥얼흥얼 글 읽는 소리 들려오고
爐邊芋栗伴寒衾 (노변우율반한금)
이불이 펼쳐진 화롯가에는 군밤이 익어간다
依然却憶終南舍 (의연각억종남사)
아득히 먼 서울의 남산 아래 집에서는
骨肉諸郞盡盍簪 (골육제랑진합잠)
골육 친지들이 단란하게 모였으리
【 해설 】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북인의 영수 아계(鵝溪) 이산해가 지은 시다. 임진왜란 중이라 서울을 떠나 평양으로 남쪽으로 분주하게 떠돌며 국사를 돌보던 때였다. 어느 겨울밤 인적이 끊긴 집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다. 이웃집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건너오고, 화롯불에서는 토란과 밤이 익고 있다. 사방이 고즈넉한 이 밤, 아득히 먼 서울 집에서는 형제와 아이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지친 몸을 눕히자 안식처처럼 고향과 가족이 떠오른다. 어느새 밤이 길어진 겨울의 따뜻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