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솔밭사이로 흘러가는 도랑물소리는 淸亮하며
대숲에 둘러싸인 정원이 참 안온하기도 하다
공중에 걸린 달이 조각구름 사이로 지나가며
하늘에 뜨는 해는 눈부시고 바람은 상쾌하다
2013.02.17.
술기
고경명
석양 무렵에 소쇄원에 당도했다. 이곳은 양산보(梁山甫)가 지은 곳이다. 골물이 동쪽 담장을 뚫고 밑으로 흐르는데 물소리도 시원스럽게 아래쪽으로 돌아서 흐른다.
그 위에는 외나무다리가 결려있고 다리 밑 물속에는 돌이 깔려있는데 돌바닥에 천연의 절구가 패어있다. 이것을 조담(槽潭)이라고 한다. 다시 이 물줄기는 쏟아져 내려 작은 폭포를 만들었으며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거문고를 튕기는 소리처럼 들린다. 조담위로는 노송(老松)이 걸쳐 있어서 마치 조담위에 덮개를 덮어놓은 것만 같다. 폭포의 서쪽에 있는 자그마한 잡은 그림배처럼 되었으며 그 남쪽에는 돌을 여러 층으로 높이 쌓아 올렸고 그 뒤에 있는 작은 정자는 일산(日傘)을 펴 놓은 것만 같다.
정자의 처마 옆에는 가지가 많은 말라버린 큰 벽오동(碧梧桐)이 서 있고 정자 밑에는 또 못이 패어 있는데 못의 물은 통나무에 홈을 파서 골짜기의 물을 끌어들이고 있다. 못 서쪽에는 큰 대가 백 여 개나 빽빽이 서 있어서 울창한데 그 아름다움이 옥돌을 즐비하게 세워놓은 것만 같다.
대밭 서쪽에 있는 연못에는 돌 벽돌로 만든 수로를 통해서 물이 대밭 아래로 돌아 연못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여기에다 물레방아를 장치하여 움직이게 해 놓았으니 이 모두가 소쇄원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이곳은 하서의 48영으로 죄다 그러져 있다.
주인 양자정(梁子渟)이 선생을 위해 술을 대접하였다.
(제봉의 유서석록에서 발췌한 것임)
[註] 유서석록(遊瑞石錄) : 고경명이 41세 되던 해 1574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당시 광주목사 임훈(林薰)을 모시고 무등산을 오른 감상을 순한문으로 기술한 기행문이다.
述記
高敬命
晡時投瀟灑園乃梁山人某舊業也澗水來自舍東闕墻通流涐涐循除下上有略
彴略之下石上自成科曰號曰槽潭鴻爲小瀑玲瓏如琴筑聲槽潭之上老松盤屈
如偃盖橫過潭面小瀑之西有小齊宛如畫舫其南累石高之翼以小亭形如張傘
當○有碧梧甚古枝半朽亭下鑿小池刳木引澗水注之池西有鉅竹百挺玉立可
賞竹西有蓮池甃以石引小池由竹下過蓮池之北又有小碓一區所見無非瀟灑
物事而河西四十詠盡之矣主人梁君子渟爲先生置酒
出霽峯遊瑞石錄萬曆甲戌初夏
술기
고경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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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사이하서사십영진지의주인양군자정위선생치주
출제봉유서석록만력갑술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