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 누군가
임진왜란 때
전투에 임함에
심사숙고하고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워
23전 23승 전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공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 아닐까
2013.03.04.
<논어>, 삶 치유하는 '힐링' 경전일까
- 정일관 - 오마이뉴스(2013.02.28)
[서평] 심범섭이 쓴 <365일 매일 읽는 논어>
공자와 공자 사상에 대한 평가는 가히 극단적이다. 김경일은 유교 이데올로기가 건강한 시민사회로 성숙하는데 걸림돌이 되므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했다. 최병철은 이러한 공자 비판을 두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서구의 기계론적인 관점을 타파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반박했다.
지난 세기말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자 논쟁'은 모두 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주도하였고, 그럼에도 이러한 극단적인 평가가 나온 것 또한 공자와 공자사상이 갖는 영향력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논쟁은 역으로 공자와 유학, 그리고 그 경전들에 대한 관심을 아울러 증폭시켰다.
그러므로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고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공맹사상과 유학 경전들은 부활하는 듯하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고전의 중요성이 재평가되면서, 공맹에서 미래적 가치와 진보성을 찾아내고, 때로 현실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아가는 지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자 사상을 담은 어록집인 <논어>는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서구 사상과 달리, 인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인간관을 담고 있으며, 신비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오직 인문사회적 성격이 강해 개인의 종교적 성향과 상관없이 폭넓게 읽혀지고 있는 고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365일 매일 읽는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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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고전과는 거리가 먼 경력을 가진 심범섭이 펴낸 <365일 매일 읽는 논어>는 방대한 <논어>의 말씀들 중에서 365개의 문장을 추출해 매일 한 문장씩 읽고 음미할 수 있게 구성한 책이다. 그래서 단순하다. 논어에 대한 설명도 없고, 머리말도 매우 소략해 오직 논어의 말씀에만 집중하게 하는 책이다. 다만 각 문장마다 붙여진 제목만이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을 뿐.
'하루를 시작하기 전 '논어'와 함께' 하면.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 질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 단단한 성공, 의미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아침의 상쾌한 미소를 드'린다고 했다. '삶을 치유해주는 공자의 지혜'라는 문구는 <논어>를 묵상하고 정화하는 경전으로 삼아, 우리의 생활 가까이 배치하려는 저자의 의중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논어> 속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깨달음
나는 공자의 말씀만 담아 가르침을 전하는 문장에 별로 재미를 못 느낀다. 그것보다 제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담긴 문장이 더 재미있으며, 대화와 이야기에서 흘러나온 가르침에서 얻는 깨달음의 깊이도 더하는 것 같았다.
공자가 안연에게 말했다. "쓰일 때는 나아가 도를 행하고, 쓰이지 않을 때는 물러나 은거하는 일은 오직 나와 너만이 할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자로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군사를 거느린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 잡으려 하고,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강물을 건너려 하다가 (비록)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 반드시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고, 계획하기를 좋아하여, 일을 이루어내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본문 116쪽, 괄호는 필자)
저자는 이 장면 위에다 '무모하게 나서지 말고 주도면밀하게 계획하라'는 제목을 붙여놨다. 공자와 안연의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문득 엉뚱한 질문을 하는 자로에게 웃음이 났지만 마치 기다리고 있은 양 답변하는 공자의 역량과 그 답변 내용에 고개가 숙여졌다.
왜냐하면, 당시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패자(覇者)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힘이 지배하는 시대였고, 모든 나라들이 백성을 늘리고, 나라 땅을 넓혀 패권을 쥐기 위한 시대였으니, 마땅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 있는, 용맹스럽고 기개가 뛰어난 자가 주목받고 쓰이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이 소심으로 취급되고, 치밀함이 겁쟁이로 오인될 수 있는 시대에 공자의 답변은 시대를 앞서서 열어가는 안목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고 보았다.
이 장면을 읽고 나자 문득 이순신의 바다가 떠올랐다.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임진왜란) 중, 23전 23승으로 전승의 신화를 이룩한 이순신이야말로 공자가 함께할 사람이 아닐까? 이순신의 전승 신화는 바로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왜군의 간계에 넘어가 부산포를 공격하라는 조정의 명령까지도 거부하여, 역모로 몰려 압송되면서까지 이순신이 지킨 원칙은, 반드시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는 평상심을 잃은 자가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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