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진주 학생 문학 활동
- 전원문학동인회를 중심으로 -
구 자 운
1961년 진주농대(현 국립경상대학교)에 제행명, 이재현, 허태학, 변재웅, 정종기, 윤석년, 김호길을 창립멤버로 전원문학동인회가 결성되었다.
제행명
동인지는 제1집부터 제4집까지 ‘전원’이란 표제로 나오고 나서 근 10년 동안 잠을 자다가 1974년에서야 비로소 ‘객토’ 란 이름으로 제5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그 후 ‘원시림’(제8집), ‘그늘을 안고 사는 이끼’(제19집), ‘내 섬에 갇혀 지낸 몇 날 밤’(제20집), ‘뿌리 내리는 물구나무’(제21집), ‘실한 햇살 머금고’(제22집), 1996년에 ‘꽃잎 바람에 실려 보낸 그대의 안부’(제23집)를 끝으로 더 이상 발간되지 않았다.
동인지 제5집
동인지 제23집(마지막호)
1970년대 초 전원문학동인회는 르네상스를 맞이하였다.
그 당시 학생 문학 활동이라 봐야 매달 한 번 꼴로 합평회를 하였으며, 매년 개천예술제 때 전원문학의 밤을 개최하여 작품을 발표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우재욱 구자운 최인호 조지3인은 조지즘을 창시하였으며, 조지즘 강령도 만들었다. 강령 제1조는 모두 다 조져버린다. 제2조는 시 일간지를 발간한다. 제3조는 미당 서정주를 재 추천한다. 등 이었다.
조지3인은 합평회가 끝나면 으레 진주의료원 앞에 있던 ‘화랑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는데, 전원 찬가 윤심덕의 ‘사의찬미’를 목청 돋아 부르며, 있지도 않는 진주농대 국문과에 다닌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하였다. 즉 농과대학에 국문과가 있을 리 만무한데 진주농대 국문과를 창시한 것이다.
우재욱은 기리 리명길 선생, 구자운은 196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목련’으로 당선된 운초 박재두 선생, 최인호는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하정 강희근 선생, 김언희는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데 이어서 ‘현대문학’에 시로 청마 추천 받은 김석규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
마산은 노산 이은상 → 조연현 → 문덕수로 이어지는 문맥이 아주 굵은 동아줄로 엮어진 반면,
진주는 파성 설창수 란 거목이 1949년 영남예술제(현 개천예술제)를 개최하여 전국적인 백일장을 열어 친분이 깊은 변영로 모윤숙 이은상 등등의 중앙문단 추천위원들을 진주로 불러 모아 심사를 맡김으로써,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입상하면 중앙문단 추천위원에게 사신으로 연결이 되게끔 배려하여 후배들에게 문학에의 길을 열어주는데 크나큰 역할을 하였다.
유서 깊은 개천예술제 백일장은 구자운이 1973년 시부에서 장원 없는 차하로 입상하여, 김호길(1963년) 리영성(1964년, 1965년) 선배님의 뒤를 이었다.
1975년 손국복이 시조부에서 장원 없는 차하로, 1977년 설학줄이 시조부에서 장원한 바 있다.
우재욱은 1974년 졸업하자마자 남해 창선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78년부터 포스코에 근무하면서 홍보과장, 홍보실차장, 홍보실부장, 기업문화실장 등을 거쳤으며, 2002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보를 끝으로 직장생활을 접고 현재 기획사 ‘패스커뮤니케이션’을 경영하고 있다.
197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된데 이어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도 당선되었다.
시집 ‘칼을 버리면 갑옷도 벗으마’를 1996년 상재했으며, ‘서울은 자살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를 2006년에 출판하였다. 이 밖에 산문집 ‘삐삐와 깜박이’ ‘양심과 이기심이 권투장갑을 끼면’ ‘글 째려보기’ ‘말 노려보기’ 가 있다.
김우종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가 지닌 가장 두드러진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냉혹한 지성이다. 그리고 이 같은 냉혹성은 우리들이 의식적으로 신뢰하고 심정적으로 의지해온 상식의 세계를 여지없이 파괴해 버린다. 그리고 그 상식의 허구성을 까발기며 내면의 진실을 들추어내는 특이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 하였다.
우재욱 처녀시집
구자운은 1974년 졸업하자마자 서울대학교 대학원 임학과에 진학하여 학업에 증진했으며,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산림청 임업시험장(현 국립산림과학원)에 근무하면서 임학을 연구하여 1985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편 1991년 ‘목원시집’을 상재하여 시인 행세를 하였다. 시집 ‘목원시집Ⅰ~Ⅴ’ 5권이 있다.
이일기 시인은 ‘목원시집’ 서문에서 ‘구자운 시인의 작품 경향은 평범한 일상의 생활과 그 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산천을 비롯해 한 작은 풀잎에서부터 한 그루 나무와 그 나무의 둘레에서 생성하는 바람에 이르기까지 인생과 자연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라고 하였다.
또한 대학3학년 때 1972년10월9일 한글날 진주 제일다방에서,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전원문학동인 곽정숙과 2인시화전을 개최한 바 있다.
구자운 처녀시집
최인호는 1975년 졸업하자마자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 입학하여 문학을 공부하면서 한글학회에 몇 년 근무하다가 한겨레신문사로 옮겨 심의실장을 역임하였다.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처녀시집 ‘가슴 작은이를 위하여’를 1989년 상재하였으며, ‘그해 오뉴월 불가락지’를 2011년 출간하였다.
강희근 시인은 ‘그해 오뉴월 불가락지’ 해설에서 ‘최인호의 시는 촛불이 촛불로서 혼자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촛불과 촛불이 다수로 만나면서 연대해 타오르는, 문화제 내지 공동체적 미학의 마당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최인호 제2시집
정화혁은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양용직이 1992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불멸의 눈꽃’을 1995년, ‘불빛을 말하다’를 2006년 상재하였다.
류준열이 2003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쳐 수필집 ‘무명 그림자’를 상재하였다.
손국복이 200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그리운 우상’을 2006년 상재하였다.
양곡(양일동, 78학번)이 1984년 ‘개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어떤 인연’ ‘길을 가다가 휴대폰을 받다’가 있다.
김성영(79학번)이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었다.
김재경 국회의원도 전원문학동인이었다.
여자 동인들도 여럿 있었으나 제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동인은 김언희, 허수경, 김수영, 한수남 4인에 불과하다.
여자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면 아무래도 남자들보다 문학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김언희는 1989년 ‘현대시학’에 ‘고요한 나라’ 외 9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고, 처녀시집 ‘트렁크’를 1995년 상재하였다. 이 밖에도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이 있다.
이승훈 문학평론가는 ‘김언희의 시는 한마디로 현대인의 황폐한 내면풍경이다. 앙티 오이티푸스의 세계이다.’ 라고 하였다.
김언희 처녀시집
허수경은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이 있다.
2001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 독일서 고고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서문학상 심사위원 이었던 최하림은 ‘허수경의 시는 당돌하고 거칠고 드라이하고 평면적이면서도 세계의 허위를 무섭게 적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아프다 못해 신선하다. 우리 시가 계속 파들어 가야 할 한 광맥임에 분명하다.’ 라고 하였다.
허수경 처녀시집(1988년)
김수영이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남행시초’가 당선되었으며, 시집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을 1996년 상재하였다.
김수영 처녀시집
한수남이 시 ‘해녀’로 2006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원문학동인들은 현재 네이버 카페 ‘오래된 전원’ 을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고 연락하며, 작품도 발표하고, 일 년에 몇 번씩 촉석루에서 번개모임을 갖는다.
전원 OB 모임(2013.07.06.)
이 밖에 전원문학 동인은 아니지만 경상대학교 출신으로 진주에서 문학 활동하고 있는 이현판 시인, 박노정 시인이 있다.
경상대학교 외에 진주농전(현 경남과학기술대) 진주간전, 진주교대에서도 문학동아리가 있었으나, 2년제이다 보니 전원문학동인회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였다.
진주농전의 문학동아리 이름은 ‘멀구슬’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주교대의 문학동아리 이름은 들샘의 한자말 ‘野井’ 이었으며,
그 당시 진주교대 출신으로 현재까지 문학 활동하는 문인으로는 시조에 이인숙(69학번) 천옥희(71학번) 김복근, 시에 손계숙(71학번), 수필에 윤점룡(69학번), 아동문학에 신춘행, 소설에 이숙남 제씨가 있다.
더 이상 상세하게 밝히지 못함을 애석하게 생각하며,
누가 바통을 이어 연재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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