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술 기뻐하면 기쁘다고 슬퍼하면 슬프다고 즐거우면 즐겁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으레 한잔 하는 게 술 아니던가 자연히 귀갓길이 늦어지고 마나님 잔소리도 늘어지고 그럼에도 나는 술을 좋아한다 인생의 쓴맛을 알게 해주기에 또한 술은 내면을 들추어내어.. 시 2011.12.25
국화차와 추억 국화차와 추억 가을에 들국화를 말려두었다가 눈이 오는 날에 차를 끓여먹으면 향기가 온 방안을 진동한다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도 생생이 되살아나 밤잠을 설치게 한다 2011.12.11. 시 2011.12.12
나는 어디서 왔나 나는 어디서 왔나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한 번쯤 던져본 화두다 우스갯소리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데 누구나 다 엄마다리 밑으로 나온 건 사실이다 사내애들은 여자 치마 밑을 몹시 궁금해 한다 남녀가 흔히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나서 고향이 어디냐고 먼저 물어 .. 시 2011.12.05
과거로의 시간여행 과거로의 시간여행 바람이라도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초가집 일 년에 겨우 며칠간만 돌아가는 방앗간 아직도 밀레의 만종이 걸려 있는 이발소 연탄불에 달군 인두로 파마 하는 미용실 막걸리와 부침개 안주를 내오는 선술집 버스정류장 같은 역무원 無配置 간이역 2011.12.05. 초가집 .. 시 2011.12.05
개념상실 개념상실 고목나무에 매미가 앉아 있고 국화꽃에 똥파리가 앉아 있고 대머리선생과 말괄량이여학생 갈비씨 남편과 배불뚝이 부인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 할까 개밥에 도토리라고 해야 할까 핫바지 입고 자전거 탄다든지 하이힐 신고 등산을 간다든지 2011.11.25. 시 2011.11.26
낙엽들의 群像 낙엽들의 群像 일순간 불타는 열병을 앓다가 한평생의 생을 마감하고 나서 가을비에 젖은 무거운 몸으로 길가에 갈之字로 누워 있느냐 천당으로 가고 싶어 그러느냐 지옥에도 가지 못해 그러느냐 불 태워 하늘나라로 보내든가 고이고이 묶어 땅속에 묻든가 겨울이 와 눈이 내리.. 시 2011.11.11
철길의 운명 철길의 운명 남녀 간에 뿐만 아니라 同性 간에도 궁합 이라는 게 있다 가까운 사이면서도 不可近不可遠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다 지평선 끝까지 같이 가주는 동료가 있어 외롭지는 않지만 엎어지면 코다일 거리에다 두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니 2011.11.11. 시 2011.11.10
難兄難弟로다 難兄難弟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만 머리가 2개 달린 뱀은 어디로 가나 왼쪽 뇌는 오른쪽으로 가자고 하고 오른쪽 뇌는 왼쪽으로 가자고 하고 스킨십 할 때 몸을 스칠 수도 없고 헤어질 때 갈라 설 수도 없으니 원 2011.11.11. 시 2011.11.10
불쌍한 은행나무 불쌍한 은행나무 달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듯 가을비를 추적추적 맞고 설랑 은행이란 은행은 제다 털리고 옷이란 옷은 홀라당 벗겨지고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며 한겨울엔 추워서 어떻게 사나 2011.11.09. 시 2011.11.09
한 많은 남한강 줄기 한 많은 남한강 줄기 아우라지에 뗏목을 띄우고 정선아리랑을 부르며 驪江에 황포돛대를 띄우고 山川境界를 유람하며 산골짜기를 돌고 돌아 兩水里에 다다라 보면 두물머리는 알고 있다 旅程의 비애와 희열을 2011.11.03. 시 2011.11.03